"리버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 17년 6월 23일 리버풀 영입 당시 인터뷰
다소 상투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해당 문구는, 2017/18 시즌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리버풀에 전격 영입된 '모하메드 살라' 선수가 남긴 발언이다. 2016/17 시즌 리버풀은 '사디오 마네' 선수를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발빠른' 선수가 전무한 상황이었다. 또한, 에이스 쿠티뉴의 부상과 오리기까지 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시점에서, 리버풀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당시 클럽레코드인 £36.9M, 즉 한화 약 563억 원을 지급하고 로마에서 활약하고 있던 살라를 품에 안게 된다.
1. 주목받는 세리에 특급, 그러나 뼈아픈 실패의 경험
세리에 특급으로 급부상하던 살라를 영입했다는 오피셜이 뜨자, 리버풀 팬들은 이를 환영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표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의 황태자로 불릴 만큼 뛰어난 경기를 펼쳤던 16/17 시즌 로마에서의 활약과는 별개로, 그는 첼시 시절 출전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임대를 전전하는 등 실패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갖은 기행으로 팀 분위기를 흐린 마리오 발로텔리와 한 숟더 떠 심각한 유리몸이었던 로마출신의 알베르토 아퀼라니의 사례 등, 세리에 출신 선수에게 재미를 보지 못한 리버풀의 경험도 이 불안감을 키우는데 일조하였다. 훗날 살라는 "첼시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라는 인터뷰를 통해 첼시에서의 경험을 회상하기도 했다.
2. 2017/18 시즌, 파라오의 등장 (feat. 역대급 레코드 브레이커)
리버풀에서 살라의 첫 시즌인 2017/18 시즌은 바야흐로, 살라의 전성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믿을 수 없는 대기록을 갱신한 해였다. 그해, 그는 PFA 올해의 선수상, FWA 올해의 선수상, 프리미어 사무국 선정 올해의 선수상,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전부 휩쓸었다. 리버풀 팬들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그를 '제 2의 메시'라고까지 부를 정도였다. 특히, 특유의 순간 스피드를 활용한 폭발적인 돌파와 빠르게 상대 수비의 뒷공간의 파고드는 라인브레이킹 능력은, 리버풀 공격진이 가공할만한 공격을 갖출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다.
<17/18 시즌 살라의 신기록 경신 목록>
- EPL 38경기 개편 이후, 데뷔 시즌 최다 득점: 32골
- EPL 출범 이후, 리버풀 단일 시즌 최다 득점: 44골
- EPL 출범 이후 단일 시즌 최다 경기 득점: 24경기
- 리버풀 데뷔 시즌 최다 득점: 44골
- 아프리카 선수 EPL 단일 시즌 최다 득점: 32골
- 아프리카 선수 최초 PL 단일 시즌 30골 기록: 32골
- EPL 38경기 개편 이후 단일 시즌 최다 득점: 32골
- 단일 시즌 최다 PL 이 달의 선수상 수상: 3회
- PL 최초 단일 시즌 3개 팀의 득점 기록보다 많은 득점 기록: 32골
사실상, 17/18 시즌 살라가 경신한 기록들은 리버풀에게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주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시사해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앨런 시어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이스 수아레스가 지니고 있던 38경기 개편 이후, 데뷔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갱신한 것은 EPL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사건이다. 또한, 리버풀 데뷔 시즌 최다 득점 44골이라는 기록은 리버풀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07/08 시즌 토레스의 33골을 넘어선 것이다. 해당 기록은 리버풀 125년 역사를 통틀어 유일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살라가 리그에서 보여준 엄청난 퍼포먼스는 단연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빛났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친정팀인 로마를 상대로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보다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득점 후 세레머니를 하지 않으면서 친정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모습도 보였기에, 그가 더욱 돋보이는 경기였다.
리버풀의 영원한 심장이자 레전드인 '스티븐 제라드'는 해당 경기를 보고 "살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며 극찬했다. 이 경기로, 그는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10골을 기록했으며, 이를 통해 역대 리버풀 한 시즌 최다 득점 1위인 이안 러시(1983~1984 47골)의 기록을 4골 차로 추격하기도 했다.
3. 커리어의 정상에서 찾아온 위기, 그리고 부상
마침내,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가게 되었고 상대는 3년 연속으로 유럽을 재패한 '레알 마드리드'였다. 리버풀은 과거 챔피언스리그에서 5회나 우승하였던 전적이 있는 팀이지만, 긴 암흑기로 인해 04/05 시즌 이후로는 트로피가 없었다. 때문에 그들에게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트로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대회 내내 10골 4어시스트라는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살라를 선발로 기용했다. 그러나 전반 28분경, 볼 경합 중 넘어지는 과정에서 '세르히오 라모스'와의 충돌로, 왼쪽 어깨가 흉부 방향으로 심각하게 꺾여, 어깨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살라가 부상으로 랄라나와 교체되자, 살라에 의해 견제를 받던 마르셀루는 활발하게 오버랩을 감행하여 우측 측면을 완전히 장악했다. 또, 더하여 가레스 베일의 인생골이라고 봐도 무방한 아름다운 바이시클 골까지 나오면서 리버풀에게 찾아온 10년 만의 챔스 우승 기회는 날아가 버렸다. 또한, 살라는 러시아 월드컵을 1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부상을 당함으로써 신체적,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사실상 이집트 대표팀의 빠른 탈락이 이와 관련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4. 위기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는 열정과 훌륭한 성과 (18/19 시즌)
그동안 우리는 부상의 늪에서 극복하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지거나, 그로 인해 결국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축구선수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이는, 그만큼 운동선수에게 부상이라는 것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살라는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는 상황에서 부상을 당했기에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 돌아왔다. 리버풀은 전 시즌 그의 활약에 걸맞게 그의 연봉을 2배 이상 인상하였다. 그는 17/18 시즌 리그에서 38경기(37) 22골 11도움을 기록하며 그에 부합하는 성적을 냈다. 이로서 그는 2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라는 영예를 얻게 거머쥐게 되었다. 특히, 34R 첼시전에서 나온 중거리 골은 그의 실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것이었다. 다만,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맨체스터 시티의 역대급 선전 속에, 리버풀은 30승7무1패라는 성적과 승점 97점이라는 기록을 달성하였음에도 리그 2위에 머무르고 만다.
한편,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유럽 전통의 강호 '바르셀로나'를 만나게 되었다. 11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던 리버풀에게, '캄프 누'에서 열린 4강 1차전의 패배는 충격적이었다. 전반 26분 만에 리버풀 출신 공격수 수아레즈에게 실점을 허용하였고, 이후 메시의 자로 잰듯한 완벽한 궤적의 프리킥 골을 포함하여 3 : 0 이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스코어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주중 리그에서 부상을 당한 살라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리버풀은 4강 2차전에서 메시를 필두로 하는 바르셀로나를 4 : 0 으로 격파해 이른바 '안필드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역전승을 기록하였고, 덕분에 그들은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게 된다. 2019년 6월 1일 열린 운명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살라는 부상에서 복귀해 선발로 출장하였다. 이 경기에서 살라는 2분 만에 페널티킥 득점에 성공하며, 요원했던 챔스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결국, 리버풀은 2 : 0 으로 토트넘을 제압하고 11년 만에 유럽의 최정상에 올랐다. 이는 리버풀이 다시 유럽의 최강팀이 되었음을 알리는 결정적 선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5. 전설이 되기 위한 마지막 걸음, EPL 우승 (19/20 시즌)
11년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불구하고, 리버풀과 살라는 활짝 웃지 못했다. 18/19 시즌 리그에서 단 한경기만 패배했음에도 리그우승을 거머쥐지 못한 것이다. 또한, 그 단 한경기의 패배를, 리버풀의 최대 앙숙이자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당했다는 점은 너무나도 뼈아픈 것이었다.
이에 리버풀은 6년간 리버풀의 골대를 책임지기도 했던 '시몽 미뇰레'를 고국리그를 돌려보내고, '아드리안 산미겔'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는 등 리그우승을 위해 다시 한번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반 데이크로 대표되는 수비적인 안정성과 세계 최고의 풀백 조합이라고 불리는 아놀드와 로버트슨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리버풀에게 큰 힘이 되었다. 공격진에서는 마네와 살라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마네는 19/20 시즌 들어 더욱 좋아진 특유의 바디밸런스와 드리블로 상대수비를 돌파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살라 역시도 36R가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까지 19골 9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 득점 1위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주었다.
상술된 결과에 힘입어 리버풀은, 홈 23연승을 기록해 프리미어리그 홈 최다 연승 기록은 갈아치운 다음날 마침내 30년 만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게 되었다. 이 우승은 프리미어리그 출범이후 첫 우승이라는 점과 무려 31R라는 최단기간에 조기 우승을 확정 지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우승을 확정 지은 6월 26일 클롭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 기록을 "제라드와 모두에게 바친다"며 눈물은 흘리기도 했다. 이제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와 리그를 모두 제패하여 명실상부한 강팀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6. '파라오'에 대한 총평 + 그에 대한 言, 言, 言
<살라에 대한 言, 言, 言>
- 살라는 현역 세계 최고의 선수 5명 중에 하나이다. - 호나우두
- 그는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다. 사람들은 그의 플레이에 열광한다. - 조세 무리뉴
- 살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모든 걸 갖고 있다. - 사무엘 에투
- 호날두, 메시와 살라를 비교하는 것은 힘들다. 그 두 선수는 이미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고, 오랫동안 최고의 폼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현재만 놓고 봤을 때 살라는 의심할 여지 없이 지구 상 최고의 선수다. - 스티븐 제라드
- 물론, 살라가 메시와 호날두를 넘기 위해서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현재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고 나는 그가 발롱도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프랭크 램파드
상술된 찬사들은 리버풀 데뷔시즌 살라의 압도적인 활약에 대한 축구계 원로들의 평가이다. 17/18 시즌 살라의 활약은 그야말로 '돌풍'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빠른 스피드, 준수한 밸런스와 탁월한 라인브레이킹, 포스트플레이 능력은 그를 리버풀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 놓았다. 팬들은 그를 '이집트의 왕', '파라오'라고 부르며 찬양한다. 데뷔 시즌 44골이라는 기록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살라의 능력이 드러난 18/19 시즌부터, 그는 상대팀의 집중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의 파괴력은 감소된 것처럼 보인다고 볼 수 있겠다. 더하여 19/20 시즌에는 3연속 리그득점왕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탐욕'을 부린다는 오명까지 얻었다.
리버풀의 레전드이자 스카이스포츠의 해설자인 '제이미 캐러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첫 시즌과 지금을 비교하면 살라의 기록이 약간 하락하긴 했다. 그러나 시즌마다 47골씩 넣을 수는 없다"
- "내가 살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감독이라면 한주 나오고 한주 쉬는 선수가 아니라 경기에 빠지지 않는 선수를 택하겠다"
본인은 캐러거의 견해는 살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뷔시즌의 강렬했던 퍼포먼스를 매 시즌 보여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최근 그의 활약을 '부진'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매 시즌 리그에서 20골 이상을 기록하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그는 잔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두 가지의 장점만 보아도 그는 충분히 좋은 선수이다.
물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있다. 우선, 골잡이로서 득점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더욱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기록과 수상은 팀과 함께해야 그 자리가 빛나는 것이다. 즉, 패스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에서 탐욕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살라의 본 포지션은 윙포워드인데, 지나치게 중앙 쪽으로만 플레이하는 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살라와 피르미누의 동선이 겹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런 모습은 선수들의 패스플레이를 힘들게 할 뿐만이 아니라, 경기장을 넓게 쓰기도 힘들어진다.
정리하자면,
<살라의 장점>
- 매 시즌 리그에서 20골 이상을 기록하는 꾸준함
- 잔부상에 시달리지 않으며, 언제나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선수
<살라의 단점>
- 최근 3연속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기 위한 '탐욕' (패스플레이의 부재)
- 윙포워드라는 포지션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중앙쪽으로 들어오는 행위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계 최고의 윙어이자 공격수 중 하나이다. 리버풀에서 그가 쌓아온 업적과, 또 쌓아갈 업적은 무궁무진하다. 19/20 시즌 살라와 리버풀은 결론적으로 EPL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도, 클롭감독과 살라, 그리고 여러 뛰어난 리버풀 선수들의 환상적인 호흡이, 주말 새벽 EPL과 해외축구를 즐기시는 축구팬들을 즐겁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글을 끝마치며-
- 우선, 해당 포스팅은 여러 정보를 조합하고 취합하여 구성된 문서임을 밝힙니다. 또한, 본인의 개인적인 평가와 비판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EPL과 해외축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언제나 생각만 하고 있던 첫 포스팅을 마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하지만, 선수에 대한 평가와 비평이라는 성격의 글을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독자들을 하대한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 한켠에 죄송스럽고 송구스런 마음이 남습니다. 비전문가가 쓴 초라한 글이니, 넓은 아량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여러분의 피드백과 비판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문체, 맞춤법 오류, 정보오류, 관심 있는 구단, 선수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부족하지만 독자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블로거가 되겠습니다. 이상으로, 저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시고, 또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 포스팅에서 경어체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지, 여러분의 견해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